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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의 외관은 건축가와 거주자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이다. 물론 외관 디자인은 취향을 살리는 것 말고도, 땅의 형태를 반영하고 주변 환경을 의식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사람들은 색깔이나 재료가 만드는 분위기처럼 다양한 감각을 통해 주택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한 채의 집을 짓는 데에는 수없이 많은 요소가 얽혀있기 마련이다. 그럼 이번 기사의 절묘한 균형감각이 돋보이는 집은 어떨까? 풍부한 공간감과 균형감각이 시각적으로 어우러지는 단독주택 다섯 채를 소개한다.
이번 기사의 단독주택은 모두 일본의 사례다. 주택시장에서 아파트를 선호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단독주택을 주로 찾는 편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은 잦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와 풍부한 산림자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일본의 사례를 조금만 주의 깊게 확인하면 곳곳에 숨어 있는 기발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발견한다.
사진의 단독주택은 일본의 건축사무소 Fujiwara-Muro Architects에서 디자인한 집으로, 두 개의 상자 형태를 엇갈려 쌓은 모습이 독특하다. 약간의 긴장감과 더불어 균형감각이 돋보이는 외관이다. 이렇게 엇갈린 틈은 빛과 바람이 들어오는 작은 마당이나 테라스로 활용한다. 그리고 다양한 각도로 들어온 햇빛 덕분에 실내는 더욱 편안하고 다채로운 공간감을 강조할 수 있다.
세 면이 도로와 만나는 대지 형태에서는 거주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통행량이 많은 곳이라면 더욱 꼼꼼하게 사생활 보호를 신경 써야 한다. 오늘의 집은 상자 모양 건물의 외벽에 개구부를 최대한 줄였다. 다른 이의 시선을 적절하게 차단할 수 있어 좋은 디자인 아이디어다. 물론 담장으로 둘러싼 안뜰은 더욱 아기자기하고 아늑할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상가주택은 어떨까? 앞서 살펴본 건물이 두 상자를 엇갈려 쌓은 모습이라면, 사진 속 주택은 박공지붕 형태 건물에 두 상자를 박은 모습이다. 이렇게 꾸민 공간의 실내에는 카페, 사무실, 주거공간을 배치했다. 1층에는 카페와 사무실을 마련하고 2층에는 건축주의 생활공간을 놓았다.
일본의 건축사무소 Iwase Atelier(岩瀬アトリエ建築設計事務所 有限会社)에서 디자인한 이번 주택은 한정된 부지에 최대의 공간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땅을 차지하는 면적은 작아도, 2층에 검은색과 흰색 상자를 끼워 넣듯이 건물은 계획해 실제 면적은 넓어진다. 이렇게 집을 구성하자 외부공간이 넓어지는 것은 덤이다.
주택 전면에는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가족을 위한 오붓한 외부공간으로 테라스를 활용한다. 또한, 실내에서는 박공지붕을 그대로 드러내, 기존의 주택보다 훨씬 높은 천장을 살린다. 그리고 각 디자인 요소인 검은색, 흰색, 콘크리트 외벽에는 루버나 작은 창을 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물론 박공지붕 위의 처마도 장식적 요소로 생각할 수 있다.
일본의 단독주택에서 복층의 역사는 오래됐다. 흔히 후키누키(吹拔)라 일컫는 공간이 바로 그것으로, 복층 형태로 생활영역을 구성해 높은 층높이를 강조하고 가족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여기에서 비롯된 후키누키 야다이(吹拔屋臺)는 일종의 등각 투시도 형식으로 건물 실내를 내려다보는 화법을 말한다.
일본의 Environmental & Architectural Design Office(環境建築計画)에서 디자인한 단독주택은 1층에 현관실을 구성하고 주차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2층부터 가족의 생활공간을 복층으로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주택의 전반적인 형태는 약 28평가량의 땅에 콘크리트 상자를 놓고, 그 위에 흰색 유리 상자를 겹쳐놓은 모습이다. 마치 실내공간이 바닥에서 떠 있는 분위기도 돋보인다. 주택의 전면에 낸 커다란 창은 밝은 실내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실내공간도 외벽과 같은 흰색으로 마감해 주택 안으로 들어온 빛을 구석까지 반사한다.
도심의 주거지에서는 좁은 땅을 알차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일본처럼 도심의 인구밀도가 높고 물가가 비싼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땅값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일본의 건축사무소 KEITARO MUTO ARCHITECTS는 이러한 대지 조건에 대응하면서 시각적으로는 풍부한 공간감을 연출하는 집을 디자인했다.
사진의 단독주택은 복층 형태로 2층과 3층을 구성하면서, 삼각형 형태로 벽을 내밀어 테라스를 조성했다. 양옆의 벽이 길게 내민 테라스를 잡아주는 덕분에 깊은 공간감을 연출하는 넓은 외부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테라스 아래는 주차공간으로 활용하고, 모서리 앞에는 얇게 난간을 달아 깔끔한 건물 형태를 잘 살렸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다세대주택은 독특한 분위기의 균형감각이 돋보이는 집이다. 박공지붕의 평범한 모습으로 두 건물을 디자인하고, 그 사이에 작은 상자를 끼워 넣어 생활공간을 구성했다. 특히 두 박공지붕 건물과 끼워 넣은 상자는 외벽 마감을 다르게 구성했는데, 재미있는 디자인 감각을 더욱 강조할 수 있어 좋다. 두 세대는 서로 다른 입구를 통해 각자 집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가운데 공간은 공유하는 방으로 활용하고 그 아래는 주차공간으로 이용한다. 커다란 전면 창이 마을 풍경을 담아내고, 창호 주변에는 알루미늄으로 띠를 둘러 그늘을 드리우고 적절한 깊이감을 살렸다.
그럼 함께하는 즐거움이 가득한 한국의 단독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여기 기사에서는 한국의 전원주택 일곱 곳을 소개한다.
